고향에 계신 노모께서 올해 이웃주민에게 고추를 구매하셨는데, 맵기가 좀 약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청양고추를 별도로 준비해 함께 섞기로 했습니다. “역시 고춧가루는 직접 빻아야 제맛이지.”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저는 재래시장 방앗간으로 향했습니다. 오래된 기계 소리와 사람들의 정겨운 대화가 뒤섞인 그곳은 여전히 삶의 향기가 가득하더군요. 가는날이 장날이라 재래시장 주차장은 차량들로 가득하네요..
이번 포스팅은 고추 빻기 관련 비용과 고추씨 넣고 빼고의 차이에 대해 개인적 경험을 소개합니다.


시장 한켠 방앗간으로 들어가자 , 붉은 고추 냄새와 참기름 향이 섞여 코끝을 자극했습니다. “한약”이라 적힌 낡은 간판 아래, 오래된 기계가 많이 보이네요. 사장님은 손놀림이 능숙했고, 고추를 담은 비닐봉지는 기계에 조금씩 조금씩 내용물을 뱉어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뢰로 고추 빻기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어요. 웨이팅 없이 바로 작업을 시작했네요.
이웃이 재배한 고추는 잘 말라 색이 고왔지만, 살짝 덜 매운 맛이었어요. 그래서 청양고추를 20% 정도 섞기로 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일반고추 8 : 청양고추 2. 사장님께서도 “그 정도면 색도 좋고, 맛도 살아납니다.” 하시더군요. 청양고추의 알싸한 향이 더해지니 생각만 해도 매운맛의 균형이 느껴졌습니다.

고추를 기계에 붓기 전, 사장님이 물었습니다.
“씨를 뺄까요?”
처음엔 단순한 질문 같았지만, 고춧가루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었어요.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고향 어머니는 김장용으로 쓸 거라 하셔서 결국 씨를 넣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맵게 해야 김치가 맛있지요.”라며 웃으시던 사장님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방앗간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드르륵~’ 소리와 함께 진한 붉은 가루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장님은 고추를 한 움큼씩 잡아 기계에 부어 넣으며, “올해는 고추가 색이 곱네요~”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죠.
이날의 고추 빻기 비용은 1kg당 1,500원. 울 집 총 비용은 1만 8,000원을 지불했습니다.
저는 전문 농사꾼이 아니라 이 비용이 합리적 가격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흔 넘는 노모께서 아무 말씀 안하시는것을 보니 꽤 합리적인 가격인 듯 보입니다. 비싸면 절대 가시질 않을 노모시거든요.
암튼, 땀과 정성이 배인 시장의 풍경 속에서,
한 해 농사의 결실이 고운 고춧가루로 바뀌어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방앗간에서 빻아온 고춧가루는 서울로 가져와서 곧바로 밀폐 포장 후 냉동 보관했어요. 이렇게 하면 색이 오래 유지되고 곰팡이 걱정도 없습니다. 꺼낼 때마다 소량씩 덜어 쓰면, 1년 내내 햇고추의 향과 매운맛을 즐길 수 있죠. 고향에서 비닐을 묶으며 어머니께서 “이제 김장 준비는 끝났네.”라며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고향의 이웃이 키운 고추와 청양고추가 만나 하나의 맛을 완성했습니다. 씨 하나까지도 버릴 게 없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시장의 소리, 방앗간의 손맛, 그리고 어머니의 미소까지… 모두가 함께 만든 ‘고추 빻는 날’이었습니다. 올겨울 김장 맛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댓글 영역